골프

아스트라

천만불사나이 2005. 7. 8. 09:35
삼성의 또다른 실패작, 아스트라  2005/07/07 13:57 추천 2    스크랩 1

오늘 오전 휴대폰에 문자메시지가 왔길래 열어봤더니 '(광고) 아스트라 시즌종료 30% 할인판매......'라는 구절이 눈을 당겼습니다.

이미 세간에 조금 알려지긴 했지만, 삼성이 7월31일로 아스트라라는 브랜드를 접는다는 걸 실감할 수 있는 문자 메시지였습니다.

올 하반기에는 완전히 생산을 중단한다고 하지요.

 

7년전 IMF의 공포에 기가 죽어있던 우리 국민에게 박세리 선수의 LPGA 우승은 한줄기 단비와도 같았습니다. 그때 박세리를 후원한 골프 전문 브랜드인 아스트라(ASTRA)란 이름도 동시에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지금 아스트라는 강수연 선수를 후원합니다) 그렇게 화려한 출발을 했던 아스트라는 20년의 생을 마감하고, 결국 삼성의 또다른 실패작 리스트에 오르고 말았습니다.

 

삼성이 사업을 접기만 하면 무조건 실패작이라고 하느냐구요? 그런건 아닙니다. 제가 실패작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동안 삼성이 아스트라를 명품(名品)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쏟아부은 정성이 대단하기 때문입니다.

삼성은 그동안 숱한 성공작과 성공 스토리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가슴아픈 실패작과 실패 스토리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 실패의 경험에서 교훈을 얻는다면 참 좋은 일이지요.

 

역대 삼성의 실패작으로 꼽히는 것은 근래에만 자동차 사업, 미국 컴퓨터 회사 AST 인수, 이천전기 인수, 진대제 장관이 삼성전자 사장 시절에 추진했던 넥시오 PDA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모두가 상당한 힘을 기울인 사업이었습니다. 사업은 아니지만 '7-4제 시행'도 삼성의 실패 케이스에 들어가지요. 또 '1인치 더 커진 명품 TV'도 사실 힘을 기울인만큼 성과는 적었습니다.  

 

<아스트라 제품 광고>

 

과거 안양베네스트 골프장에 가보면 1년에 2번 정도 제일모직의 대형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이건희(李健熙) 삼성그룹 회장과 부인 홍라희(洪羅喜) 여사가 직접 점검을 했습니다. 이 회장은 아스트라의 디자인은 물론, 소매부터 단추에 이르기까지 매우 꼼꼼하게 살펴보고 이런저련 지적을 했습니다. 이 회장의 날카로운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해 '깨진' 임원들이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홍 여사도 자신이 해외를 다녀오면서 사가지고 온 명품을 건네 주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런 제품도 한번 연구해 보시지요"라며 연구과제를 제시해 주었답니다.

그렇게 오너가 직접 관심을 갖고 챙기는 브랜드였기에, 삼성내에서 아스트라의 몰락은 더욱 가슴아픈 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입니다.

 

아스트라는 최근 수년간 매출, 판매율, 진도율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만족스런 결과를 내지 못한채 적자행진만 지속하다가 결국 수술대에 올라버렸습니다. 더이상 이를 지켜보다못한 제일모직 경영진이 결단을 내린 것입니다. 아스트라를 담당하던 임원은 올해초 삼성을 떠나, 다른 기업의 부사장으로 가셨다고 합니다. 그동안 투자했던 돈만 수천억원이 넘는다지요.

 

아스트라 몰락의 원인에 대해 삼성 직원들은 여러가지 얘기를 합니다.

우선 명품이랍시고 일반대중의 소비성향을 무시한 판매전략 때문에 실패했다는 것입니다. 가령 색상도 아스트라는 유독 파스텔 톤이 많은데 그게 국내 소비자에게는 그리 어필하지 못했다는 설명입니다. 명품이고 오너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제약 때문에 실무진에서 별로 재량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오너가 세부적인 제품전략 방향까지 개입하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아스트라 사례에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제일모직도 시장 분위기를 알고 중간중간 제품 전략을 부분 수정하긴 했지만 근본에서 크게 벗어나기는 어려웠답니다.

전반적인 내수부진도 직격탄이었습니다. 의류-패션 업계란 원래 경기의 바로미터 역할을 합니다. 아스트라는 내수부진의 직격탄을 맞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내수가 조금만 더 살았고 골프를 즐기는 분위기도 좀더 활성화됐다면 얘기가 달라졌을 것입니다.

또 박세리와 더불어 대중에게 각인됐던 아스트라의 이미지가 박세리와 삼성의 결별 이후 '정체성'(Identity)을 찾지 못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서현<이서현 제일모직 상무보>

 

현재 제일모직은 이건희 회장의 둘째딸인 이서현(李敍顯 32) 패션부문 기획담당 상무보가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이서현 상무보는 서울예고를 졸업하고 뉴욕의 유명한 미술학교인 '파슨즈'에서 공부했습니다.(당시 어느 교수가 처음에 한국 최고재벌의 딸인줄 모르고 성적을 낮게 주었다가 나중에 그 사실을 알게된뒤 이 상무보를 불러서 확인을 했답니다. 그렇다고 그 다음에 무조건 성적을 더 잘 준 것은 아니지만, 왜 진작 얘기하지 않았느냐고 질책했답니다.) 그렇게 심미적 감각을 지니고 있는 이서현 상무보가 제진훈 제일모직 사장과 함께 아스트라를 능가하는 브랜드 창출에 성공할지 주목됩니다.

 

가슴이 아프지만 불가능하다 싶은 사업은 잘라내야지요. 그것이 구조조정의 참 정신입니다. 삼성의 후속작업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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