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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벼락 키스

천만불사나이 2005. 9. 10. 03:14
참 대단한 계획 | 공포의 핵폭탄 왕수다
2005.07.15

신혼 초, 젊은 혈기로 감행한 남편의 중국유학은 용의주도했던 내 인생역정에 난데없는 4년간의 처절한 중국 생활의 한 페이지를 끼어 넣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로부터 얼추 10년이 지난 지금, 다시 한 번 쌩뚱 맞은 1년의 미국 생활을 끼어 넣어야 할 운명을 앞에 서 있다.

 

중국 갔을 때야 하늘의 태양 맨치로 확실하고 거대한 목표 하나 달랑 가슴에 품고 가서, 맨땅에 헤딩도 다부지고 오부지게 하고 왔지만,

 

이번 미국 껀은 뭐 벨로 팔을 휘둘러봤자 허공중에 헛질 하드키, 손에 걸칠 목표란 게 특별히 없다.

 

둘이 차이점이 어디 목표뿐이랴. 이번엔 미국 아니냐? 미국!

 

중국에서 컴컴한 닭장 같은 열악한 대학 기숙사에서 4천년 역사 속에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 대한민국 열혈 아줌마의 무서운 힘을 보여줘야만 했던 때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변신이 예상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내게도 그 때의 ‘군기’같은 건 다 먼지 같이 삭아져, 바람결에 날아간 지 오래이고.

 

그렇다면 이번엔 미국에 걸 맞는 ‘계획’이 필요하다. 애들에게도 미국 가기 전에 각자 알아서 두서너 가지의 목표를 확실히 정할 것을 지시한다.

 

“에헴!

그리고 여봉!

우리도 뭔가 딱 부러지는 목표를 정해 봐야 하지 않겠엉?“

 

“그래.”

항상 대답은 쉽고도 흔쾌한 남편. 그래놓고 벨로 머리를 굴리는 표정이 아니다.

 

나는 입을 야물딱지게 땡겨 물고, 눈을 요리조리 굴려 이쪽저쪽 흰자위를 차례로 보여줌시롱 제법 골똘히 궁리를 해댄다.

 

“으음... 난 말이야. 난... 난....

아!!! 생각났다.

우리 이번에 미국 가면 길거리에서 뽀뽀 함 해보자.

아, 미국을 갔으면 한국에선 할 수 엄꼬, 미국에서만 할 수 있는 걸 해야 할 꺼 아냐~?“

 

“그래.”

또 흔쾌한 대답.

<일단 대답하고 보자>....이거나 <말도 못해?> 하는 심사가 느껴지는... 

 

남편의 반응이 무슨 대수냐? 나는 이 즐겁고 흥미로운 계획을 좀 더 구체화 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으음... 어디서 할까??

아! 우리 지하철에서 하자!!”

 

내 머릿속에는 영화 ‘스피드2’에서 ‘키아누 리브스’와 ‘산드라 블록’이 범인과의 대격전 끝에 역사(驛舍)를 뚫고 나간 지하철에서 튕겨 나와 땅바닥에 쓰러진 채로 뽀뽀를 하는 휘날레 장면이 떠오른 것이다.  

 

이때부터 대답이 없어진 남편.

이제야 좀 생각해 보는 듯 하더니 진지하게 묻는다.

 

“너... 저번에 미국 갔을 때, 길거리에서 뽀뽀하는 사람 봤어?”

 

".. .. ......(그러고 보니 못 본 것 같다.)

미국 사람들도 거리에서 뽀뽀 안 하나?..   ..    ...    

(에라이~) 그래도 여봉! 우리가 하자!! “

 

“(될 데로 되라) 그래.” .

그래놓고도, 뭔가 그림이 그려지지 않아, 말 못할 고민이 생긴 듯 표정이 잦아드는 두 사람...

 

.

.

 

뽀뽀!

사실, 내가 신혼 초부터 주창하는 뽀뽀는 이른바 <담벼락 키스>이다.

그거, 어떻게 하는 거냐면,

 

인적이 끊긴 어둑한 밤길...

두 남녀가 긴 그림자를 늘인 채, 담 밑의 길을 말없이 걷는다.

그러다 다소 거칠게 남자는 여자를 담벼락으로 밀고,

남자의 두 팔이 단단히 여자를 가둔 채 담벼락을 짚는다.

갇힌 여자는 놀란 토끼눈이 되어 남자를 바라보고...

남자는 천천히 한 손을 벽에서 떼어 여자의 얼굴 가까이로 가져가며...

화면은 점차 멀어지고 까만 밤하늘엔 별이 총총...

 

 

“어떻게 하는 건지 알겠어?”

 

“그럼!”


"자, 실습 해봐“ 하니,

 

쌓인 우편물을 챙기던 남편, 우편물에서 눈을 떼지도 않은 채, 안방 벽으로 뒷걸음질 쳐 벽에 기대어 서는 폼이 대단히 순종적이다.

 

“아~니!! 당신이 나를 밀어야지!!”

 

“에이... 아무나 해~!”

 

“뭐? 아무하고나 해??”

 

“아니... 둘 중 아무나 밀자고!”

 

.

.

정말 코드가 안 맞는 남편이다.

게다가 그 뽀뽀의 이름도 종종 <벽키스>로 바꿔 부른다.

 

이름에서 야성이 느껴지는 ‘담벼락’이랑 그냥 ‘’은 그 느낌이 달라도 한참 다른 것이라고 해도,

“에이~. 담이나 벽이나...” 한다.

 

결국 매번,

“에잇~ 나 안 해. 당신 혼자 해!” 로 끝나버리는 나의 불쌍한 ‘담벼락 키스’...

 

이번 미국생활 중엔 벌건 대낮에 한 번 해보리라.

참 대단한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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