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관원들 "이방 저방에 물어본 뒤 장관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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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사는 “대사로 부임한 뒤 반기문 외교부장관을 만나러 갔는데 안내해주는 사람이 없는 거야. 아무리 말해도 안 돼서 경비원한테
‘미니스터(장관) 반, 미스터 반기문’이라고 몇번씩 말해도 못 알아 듣더라고…”라고 했다. 나중엔 ‘반·기·문’이라고 한 음절씩 소리도 쳐봤으나
역시 소용없었다고도 했다.
다른 대사는 “난 17층에 올라가서 이방 저방 물어 보고 다닌 뒤에야 장관을 만날 수 있었다”면서 “외교 기밀을 다룬다는 외교부 청사
안에서 외국인이 두리번두리번하는데도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더라”며 무용담처럼 얘기를 했다. 그러자 또다른 대사는 “나는 외교부에 누구를 만나러
갔다가 기분이 아주 나빠져서 그냥 와버렸다”고 했다.
이 얘기를 들은 기자는 2일 오전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 2층 출입구를 지켜봤다. 마침 유럽 한 국가의 공관원이 찾아왔다. 이 공관원은
안내데스크에 영어로 “OO층의 OOO외무관을 만나러 왔다”고 말했다. 안내원은 “I’m sorry”라고 했다. 외국 공관원이 다시 말했지만 역시
대답은 “I’m sorry”였다.
난감해진 이 공관원은 안내데스크 옆에 세워진 영문 안내문을 다 읽고 만나려는 사람이 있는 곳을 알아냈다. 메모지에 “OOth OOO
office(OO층 OOO호실이란 뜻)”라고 썼다. 안내원은 그제서야 구내전화를 걸어 “손님이 오셨는데요”라며 연결시켜줬다. 이 공관원은
기자에게 “명함을 잊고 온 내가 잘못”이라고 했다.
외국 손님은 우리나라 외교부 청사를 찾기 전에 두 가지를 챙겨야 한다고 한다. 우선 외교부의 담당부서 사람과 “몇 시에 갈 테니 나와서
기다려 달라”고 부탁해야 한다. 아니면 해당 부서 구내전화 번호를 적어와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I’m sorry”를 듣거나, 건물 내
여기저기를 기웃거려야 하는 셈이다.
외교부관계자는 “건물 관리는 외교부가 아니라 행정자치부가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했다. 행정자치부 쪽에선 “외교부 청사의 경우
외국어가 가능한 안내 요원이 필요해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예산이 안 나온다”고 했다. 터키 대사 환송회에 참석했던 우리나라 인사는 “매년
낭비되는 국민 세금의 100만분의 1만 있었어도 이런 부끄러운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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