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블로그는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황창규(黃昌圭/52) 사장님이 허심탄회하게 털어
놓으신 '삼성 반도체가 강한 비결'을 싣습니다.

황 사장님은 워낙 유명하여 별도 소개가 필요없다고 생각합니다. 부산고와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지업체에 근무하다가 삼성전자로 스카웃되어 차세대 반도체 개발의 주역을 맡았으며 지금은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부드럽고 사근사근한 성격이지만, 일단 확신한 일에 대해서는 치밀한 추진력과 고집이 대단한
편이지요.
------------------------------------------------------------------------------------------------------
"반도체는 선대 이병철(李秉喆) 회장의 집요한 발상에서 비롯됐다. 지금 생각하면 쉽다고 할지 모르지만 그 당시에는 매우 힘들었다. 아무
것도 없던 제로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건희(李健熙) 회장도 1974년 사재(私財)를 털어서 부천에 있던 한국반도체를 인수했다. 그것이 차별화되는
점이다. 생각해보라. 요즘들어 반도체가 뜨니까 중국 지도자들이 ‘미래는 반도체에 있다’고 말하는데, 누구나 말은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다.
2001년 일본 도시바에서 플래시 메모리 공동개발을 제안해 왔을때 이를 과감히 거절하고 단독개발로 나간 것도 쉬운 결정이
아니다. 당시 1년이면 일본을 따라 잡을 수 있겠다고 판단한 것이 들어 맞았다."
무역협회 조찬강연회 모습.
"얼마전 MIT 강연때 일본인 박사과정학생이 ‘삼성은 어떻게 단기간에 일본을 추월했는가’라고 물었다. 사람들은 ‘미국의 창의정신’과
‘일본의 장인정신’이 결합하여 삼성이 만들어졌다고 얘기한다고 답했다. 반도체의 투자결정은 자주 리스크테이킹(risk-taking)을 해야 한다.
여기에는 결단이 필요하다.
가령 1987년의 3라인 투자나 8인치 라인 투자 등도 그렇고, 12인치 라인은 처음에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직접 연락이 왔다. 1시간 동안
전화통화를 했다. 회장께서 '왜 안하느냐, 망설이고 있느냐. 너희는 지금까지 1등을 해왔는데 앞으로 12인치 이상에서 투자가 늦어면 어떻게 먹고
살겠느냐'고 질책했다. 이것은 단순한 용기로만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보고한 정보를 철저하게 분석해본 뒤에만
가능하다. 이건희 회장은 그러면서 '12인치를 할 수 있는 기술과 인프라가 있느냐'라고 물었다. 그래서 자신있다고 대답했다."
"차별화, 고부가화, 신규시장개척 등 3가지가 중요하다. 삼성 반도체 부문의 실적은 최근 수년간 자주 애널리스트들의
비관적인 전망을 뒤엎어왔다. 매우 성적이 좋았다. 새해에도 낸드 플래시는 공급부족이 계속될 것이고 호황은 지속된다고 봐야
한다."
"인재확보는 반도체에도 최대 과제다. 캠브리지, 스탠포드, MIT 등에 가서 강의를 해보면 많은 학생들이 삼성으로
오겠다고 하고 있다. 현장에 가서 얘기하면 모두 감동받는다. MIT에서 강의를 할때는 강의장이 꽉 차버려 학장이 바닥에 앉아서 들었을 정도다.
그런 곳에서 겨우 확보한 S급이나 A급 고급인력은 보통 3년에서 5년 하는 식으로 계약을 맺고 있다."
장영주와 함께 한 컷.
"기술유출은 정말 큰 문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반도체와 CDMA가 나라를 먹여살리는 기술이었다. 흔히 10대 성장동력이라고 하고,
조선일보에서도 과거 '유비쿼터스 시대'라는 시리즈를 낸 적이 있는데, 솔직히 말해 그것이 어떻게 나라를
먹여살리는가. 껍데기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핵심적인 기술이다.
모든 산업의 핵심은 반도체다. 각국이 기술유출에 주의하면서, 대만도 종전에는 중국에 12인치 웨이퍼 공장까지만 못나가게 했는데
최근엔 8인치 웨이퍼 공장도 못나가게 하고 있다. 일본도 경쟁력있는 세트사업을 다시 일본으로 되돌리고 있다. 반도체와 같은 핵심부품의
노하우라는 것은 관련된 인력이 덩달아 따라 나가므로 더욱 위험하다."
"삼성전자의 연구원들은 대단하다. 내가 보기에 진정한 세계최초 개발은 1994년의 256메가D램 개발이었다. 기술, 생산, 특허 모두
독자적으로 개발한 것이다. 이후 올해 16기가에 이르기까지 모두 세계최초다.
미국은 창의성, 일본은 장인정신, 중국은 기초과학에 강점이 있다면 한국은 상용화 기술이 뛰어나다고 한다. 칭기스칸 얘기를 자주 하는
편이지만, 반도체 시장에서는 성(城)을 쌓고 한곳에 안주하면 패배하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끊임없는
신기술 개발이 필요한 이유다."
“삼성그룹의 조직문화를 어떻게 반도체 사업에 적용시킬 수 있는가를 가지고 많이 고민하고 있다. 나는 반도체쪽 회의를 열때
사전보고를 받지 않는다. 누구든 자유롭게 얘기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결정은 빨리 내린다. 그것이 원칙이다.
신제품을 개발할때는 이렇게 한다. 우선 프로젝트 팀장을 누구를 고를지 오래전부터 미리 고민한다. 8기가때는 이후 16기가,
32기가의 개발을 맡을 팀장을 누구로 할지 미리 고민한다. 매우 중요한 문제다. 그리고 그것을 개발할때 인프라를 어떻게 구축할지도 고민한다.
연구원은 보통 1년 프로젝트에 참가하는데, 용광로처럼 수시로 만나 회의를 한다. 매일 새벽까지 연구하기도 하고 휴가도 없이 보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지금은 여러개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모두 젊고 모티브가 강하다. 세계최초로 개발했다는 것에 상당한 의미를
두고 있다. 여자 연구원들도 계속 늘어나서 전체 연구인력의 8%가 여자다.”
"업무의 자율성도 대단하다. 삼성 구조조정본부는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삼성전자 내부에서 기획하여 윤종용(尹鍾龍) 부회장에게 보고하면
구조본의 관련 재무팀이 도와준다. 간섭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어떻게 지원해줄지를 검토한다. 사업하는 사람은 자기 위주로 움직이지만 구조본은 전체
방향을 잡아준다. 동시다발적인 의사결정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진다. 인텔이 플래시 메모리에서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그쪽은
몇십만명 조직이다. 우리와 의사결정하는 방식이 다르다."
"수율(收率) 문제는 과거에는 1% 정도의 공정을 대상으로 ‘젓가락 질 잘하는 것이 효과가 있었다’ 등의 말이 나왔지만 지금은
자동화가 많이 진행돼 그런 말이 통하지 않는다. 수율은 삼성전자의 경우 프리미엄 수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연구개발
단계부터, 아키텍처 단계부터 수율을 고려해서 하고 있다."
올초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강연하는 모습.
"비(非)메모리 반도체에 대해 일부 교수들이 삼성은 약하다고 하지만 과연 교수들이 무얼 아느냐. 대표적인 비메모리인 시스템LSI는 이건희
회장이 10년전부터 강조했고, 초기엔 별개로 키우려고 했다. 비메모리는 설계를 철저하게 고객중심으로 해야 한다는 점에서 메모리와 차이가
있다. 이에비해 메모리는 설계(設計)보다는 공정(工程)이 위주다.
내 생각으론 비메모리를 따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것이 아니고, 동반 성장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시스템LSI도 내년이 다르고 2년뒤가 다를
것이다."
"바이오칩 사업계획은 현재 검토중인 것이다. 2010년 이후 헬스 시장이 커지니까, 가령 플래시 알약을 먹으면 내시경이 필요없어진다는
식이다. 현재 삼성종합기술원에서 검토중이긴 하지만 아직은 먼 이후의 얘기다."
"10년간 세계1위를 양산해왔다. 정말 쉬운 것은 없다. 난관뿐이다. 그러나 실패했다고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어려운 적은 있었다.
내부의 동참이 어려운 경우도 있고, 시장의 여건이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어려울 수록 내부의 동지를 많이 구하려고 한다. 망하는 국가들은 내분이 주원인이다. 그래서 5년전부터 사내 반도체 담당 부서
300~400명의 임직원들을 모아놓고 직접 경영현안 설명회를 열고 있다. TV로 하지 않는다. 그러면 피부로 접촉하는 것이 아니다. 2001년에
메모리에 적자 난다고 걱정할때 매달 부장들을 모아놓고서 동참시키고 하면서 내부의 동지들을 많이 구했다. 그리고 부사장급이 창의적인 얘기를 많이
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아무 것도 안보이고 패닉 상태가 되면 될수록 내부의 동지를 많이
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