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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한국에 단독으로 들어온 프랑스의 세계적 할인점 까르푸. 최근 매각과정에서 온갖 추문(醜聞)만 남기고 철수를 선언했다. 성공과
실패는 ‘현지화’에서 갈렸다.
까르푸는 초창기 한국인 체형에 안 맞는 2.2m의 높은 판매대에다 창고같은 공간을 고집했다. 국내 업체들은 생선이나 정육을 앞쪽에 내놓고
인기를 모았지만, 까르푸는 이를 외면했다. 경영이 악화되었지만 프랑스인 간부들은 자기 스타일을 고집했다. 일본에서도 그런 스타일 때문에
철수했건만 별로 수정할 의지가 없었다. 요즘 ‘일본과 한국 시장에서 모두 실패했다’는 기록은 국제 비즈니스계에서 대단한 전과(前科)다.
반대로 테스코는 판매대 높이를 1.5m로 조정했고 ‘할인점은 창고 같다’는 개념을 뒤집고 실내외를 아기자기하게 꾸몄다. 곁가지 서비스도
늘리고, 의사결정은 한국인에게 맡겼다.
까르푸의 사례는 오늘날 프랑스가 왜 ‘경제 국수주의(國粹主義)’라고 비판받는지 단서를 제공해준다.
대우전자는 지난 96년 프랑스 국영 가전업체인 톰슨멀티미디어를 인수하려고 했다. “이름도 없는 나라의 업체가 감히”라며 프랑스 전역이
들끓었고, 대우측은 망신만 당했다. 작년엔 펩시콜라가 식품회사 다농을 인수할 움직임을 보이자 프랑스 재계는 물론, 정치권까지 인수 저지에
나섰다. 올해도 에너지업체 수에즈를 이탈리아 기업이 인수하려하자 국가적으로 이를 저지했다. 외자유치의 경우, 프랑스도 나서긴 하지만 별로
적극적이지 않고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은 용납하지 않는다.
하지만 영국은 다르다. 자국(自國) 자동차 회사들이 팔려나갔지만, 고용만 보장된다면 크게 개의치 않는다. 외자유치도 적극적이어서, 비오는
날 히스로 공항에 우산을 들고 외국기업인을 마중나가는 고위관료를 쉽게 볼 수 있다. 영국 통신업체인 보다폰은 매출과 고용의 80%가 해외에서
이뤄지지만 ‘자랑스런 영국업체’로 통한다.
영국이 모두 잘하고 프랑스가 모두 잘못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EU측 지적처럼 프랑스의 폐쇄적 국수주의가 걸림돌이다.
문제는 까르푸 사례가 남의 얘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기업도 외국에서 우리식을 고집하다 낭패를 자주 당한다. 현재 베트남 진출 외국기업의
노사분쟁 중 한국기업이 40%를 차지한다. 공개석상에서 꾸중하는걸 금기(禁忌)로 여기는 베트남에서 예사로 근로자를 망신주고 폭행까지 했다.
휴대폰 등의 해외 성공 뒤에는 한국식만 고집하다가 실패한 품목도 많다. 또 한때 ‘외자유치가 살 길’이라더니 이제 ‘외국자본은 악마’라는
분위기다. “경제적 국수주의로만 따지면 프랑스는 한국에 한 수 접어야 한다”는 파이낸셜타임스의 최근 지적을 새겨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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