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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영어 마을

천만불사나이 2006. 5. 4. 04:32
파주 영어마을의 '이상한 영어' 유감   2006/04/04 06:53 추천 0    스크랩 5

경기도가 세운 파주 영어마을이 어제 문을 열었다는 기사를 신문에서 읽었다. 조선일보에는 <경찰서, 은행, 우체국... 'No English, no service' (영어 안쓰면 서비스도 못받아요)>가 제목이었다. 앞으로 이 영어마을이 잘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영어 하나 때문에 부모와 자식이 생이별하고 평생 영어 하나 때문에 고통받아야 하는 우리나라의 수많은 기러기들과 직장인들. 그들의 '피맺힌 한'을 푸는데 이 마을이 조금이라도 일조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몇가지 코멘트를 적는다.

 

1. 'No English, no service!'-과연 원어민들이 쓰는 올바른 영어인가.

 

기사를 한참 읽다가 멈칫했다. 영어마을 내에는 하나같이 'No English, no service!' 원칙이 적용된다는 대목이었다. '영어를 쓰지 않으면 서비스를 받을 수 없음!'이란 뜻이라고 되어있다.(미국의 실제 영어에서는 좀처럼 쓰지 않는 느낌표까지 붙어있다는 것을 주목하시길) 이런 간판이 실제로 그 마을 곳곳에 붙어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 문장을 보면서 뭔가 자연스럽지 않다는 느낌이 순간적으로 들었다.

 

영어를 배우는 입장에서는 똑같기 때문에 궁금하기도하고해서 이곳 워싱턴에서 친하게 지내는 미국인 두 명에게 물어봤다. "한국에서 어제 영어마을이라는 곳이 문을 열었는데...이곳은 영어만 써야하는 곳이고...그런데 그 마을 상점에는 'No English, no service'라는 간판이 붙어있다고 한다네. 이거 미국 원어민들에게는  어떻게 느껴지느냐"는 게 나의 질문이었다.

 

첫번째 원어민의 대답. (여성인 그녀는 워싱턴의 한  NGO 사무국장이다)

<영어 원어민으로서 우리는 아마 그렇게 쓰지 않을 것이다. 무슨 뜻인지는 알겠다. 하지만 우리라면 'ENGLISH REQUIRED FOR SERVICE' 혹은 'SERVICE onLY IN ENGLISH'라고 쓸 것이다. 'No English, no service'라는 표현에서 잘못된 곳은 'No English'라는 부분이다. 이 표현은 마치 '영어를 쓰면 안된다'는 느낌을 준다.>

 

두번째 원어민의 대답. (남성인 그는 미 국무부를 담당하는 중견언론인이다)

<하하하 웃긴다. 원래 그 표현은 캘리포니아 지방에서 나왔다. 'No Shoes, No Service'라는 표현이 그곳에서 많이 쓰이는데, 해변의 모래가 묻은 맨발로 식당에 들어오지 말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건 일종의 조크다. 미국식으로는 상당히 무례한 표현이기 때문에 조크로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해변이 많은 하와이에서도 이 표현을 많이 쓰지만 역시 식당의 일종의 슬랭(속어)이다.  'No English, no service!'가 무슨 뜻인지는 알지만. '영어만 써야합니다'라는 표현으론 적절치 않다. >

 

과연 파주 영어마을에서는 'No English, no service'라는 표현을 조크로 썼을까? 글쎄. 파주 영어마을이 그런 '조크'나 '슬랭'을 가르치는 곳일까. 이를 보는 영어학습자들은 이 표현이 미국에서 일반적으로 쓰는 아주 정상적 표현이라고 생각하며 외우고 써먹을 것이다.  '대한민국 표준 영어마을'이라는 케치프레이즈가 무색하다.  한마디라도 실제 원어민들이 쓰는 '올바른 영어'를 사용하고 가르쳤으면 좋겠다.

 

2. 촌스러운 웹사이트--영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은 어떤 웹사이트를 봐야할까.

 

내친김에 궁금하기도 하고 해서 파주 영어마을 웹사이트에도 들어가봤다. 영어와 한국어 둘 중 하나를 고르게 돼 있었다. 만일 영어를 배우려는 사람이라면 어느쪽을 고를까. 글쎄, 앞으로 그런 사람에게는 영어쪽을 고르도록 해야하고, 나도 궁금해서 영어쪽을 골랐다.

 

역시나였다. 다른 대부분의 한국의 관공서 웹사이트처럼, 번쩍 번쩍 빛나는 플래쉬와 수많은 그림들, 뭔지 의미도 모를 잡다한 아이콘들이 만화처럼 떨어져 내렸고, 형형색깔 색칠로 뒤범벅이 되어 있었다. '좋은 웹사이트일수록 단순하다'는 진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또하나의 전형적 사례.

문제는 그런 '화려한 외양'에도 불구하고 내용이 알차면 그나마 다행. 하지만 그것 역시 다른 한국 관공서의 웹사이트들과 어쩌면 그리도 똑같은지 한숨이 나왔다.

 

보도자료는 지난 1월 20일의 것이 가장 최신. 명색이 영어마을이라면서 한글로는 되어있는 보도자료가 영어로는 없다. 물론 어제 개원식에 관한 기사도, 연설문도, 사진도 없다.

이 영어마을의 history 란은 무려 작년 8월이 마지막.  그 곳에 들어갔더니 온통 공사판 사진뿐이었다. 

세계의 어떤 이가 이 독특한 영어마을 개원식 얘기를 듣고 기사를 쓰거나 알고 싶다면 어디를 가장 먼저 들를까. 당연히 영문 웹사이트다. 영문웹사이트는 세계로 향한 쇼윈도이자 세계가 들여다보는 창이다. 그런 웹사이트는 사실상 방치되어 있었다. 디자인은 유치하고 촌스러우며, 거의 자료가치라곤 없는 번쩍거리는 홍보구호들만 가득히 채워져 있다. (한심하다 못해 화가나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또 영미권의 실제 현실과 똑같은 살아있는 영어를 배우게 한다면서 왜 미국의 초중고에서는 자연스런 학교 생활의 일부분으로 녹아든 인터넷과 웹사이트 활용을 고려하지 않았는지도 이해하기 어렵다. 앞으로 이 웹사이트는 이곳에서 영어를 배우는 이들이 생활속의 일부로 활용하도록 해야한다. 사실상 거의 모든 생활준비를 이곳 인터넷을 통해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미국에서는 실제로 그렇게 생활하기 때문이다. 또 이 영어마을이 '영어권 국가의 실생활을 그대로 체험할 수 있는' 곳이라기에 하는 말이다.)

 

궁금한 김에 손학규 경기도지사의 인사말 코너도 들어가 봤다. 첫 시작문장이 재미있었다.

"Hello! My name is Sohn, Hak-Kyu".

미국인들이 절대 쓰지 않는 말, "I am a boy. You are a girl"로 영어를 처음 배울 때 익히 듣던 문장 아니던가.

 

3. 조선일보 기사의 영어수준-웹사이트 주소마저 틀려

 

우리 신문 얘기긴 하지만, 어제자 조선일보 기사도 문제다. 이런 의미있는 영어마을이 만들어지면 앞으로 어떻게 운영하는 것이 발전에 도움이 되고 현재의 문제점은 어떤 것이 있는지도 많이 소개하고 조언을 해줘야 하는데 거의 홍보성에 머물고 있다.

사실 기사를 읽으면서 가장 궁금한 것 중 하나는 손학규 지사가 어제 개원식에서 연설을 영어로 했는지 한국말로 했는지였다. 그런데 기사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한국말로 돼 있다. 물론 영문 웹사이트를 찾아봐도 손지사의 연설은 없다.

 

조선일보 기사는 게다가 기사 마지막줄에 소개한, 이 영어마을의 인터넷 홈페이지 주소마저 틀리게 게재했다. www.english-villiage.or.kr이 아니라 www.english-village.or.kr이 맞다.

 

 

쫀쫀한 것 한가지를 더 코멘트하면, 경기도의 영어표기는 무엇이 맞는지도 궁금하다. Gyeonggi, GyeongGi, Gyeonggi-Do, Gyeonggi-province... 이 작은 웹사이트에 쓰인 경기도의 다양한 철자법들이다. 왜 이런 것 하나 통일하지 못하는지, 몇백억원을 들인 영어마을을 만들면서 그 몇천분의 일만 들이면 될 영문웹사이트 전담관리자 조차 두지 않았다는 것인지, '대한민국 표준 영어마을'이라는 곳이 왜 이렇게 엉성하게 만들어지는지, 답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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