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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혁명 - 스크랩

천만불사나이 2006. 5. 3. 06:26

디지털 미디어를 이해하는 여러 가지 방법론(approach)이 존재합니다. 오늘은 미디어의 정체성을 어떻게 구분해 특징 지울 수 있는 지에 대해 얘기하고자 합니다.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해서 등장하는 뉴미디어는 기존의 전통적 미디어와 구별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대로 디지털 미디어라고 하지만, 정작 속을 들여다보면 전통적 미디어와 별반 다를 게 없을 수도 있습니다.
무엇이 다르고, 왜 혁명적인지, 이것이 미디어 수용자의 트랜드와 어떻게 연관될 수 있는지, 미디어 산업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나름의 잣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 나름대로 각종 보고서와 외신 보도 등에 등장한 몇 가지 용어를 동원해 미디어 정체성의 판단 기준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지나친 단순화로 인한 오류를 감수하더라도...

 

세상과 나를 연결하는 창(窓), 그것이 바로 ‘미디어’라고 할 때 미디어는 두 가지 기능을 동시에 수행한다고 봅니다. 첫째는 세상의 정보와 지식을 요약해 내게 전해주는 수단입니다. 신문과 방송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매스미디어’입니다. 둘째는 나를 세상에 부각시키는 통로입니다. 최근 주목 받고 있는 블로그, 미니홈피, 개인방송국 등 개인 중심의 이른바 ‘퍼스널미디어’입니다. 물론 매스미디어이면서 동시에 양방향성(interactivity)을 갖춘 미디어도 있을 수 있습니다만, ‘매스’와 ‘퍼스널’의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중심(中心)이 있느냐’의 여부가 아닐까 합니다. 마치 하나의 커다란 허브 컴퓨터에 수십 수백대의 더미터미널을 연결해 터미널에서는 입출력만 하는 메인프레임 구조가 매스미디어라면, 인터넷의 수많은 PC가 때론 서버로, 때론 클라이언트로 기동하면서 ‘多 대 多’ 혹은 ‘1대1(peer to peer)’구조로 연결된 미디어 형태가 퍼스널미디어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중심(서버) 구조에 주변은 P2P로 연결되는 이른바 ‘하이브리드 미디어’도 있다고 봅니다.

 

신호(signal)의 전달 방식은 크게 두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송신자(sender)가 수신자(receiver)를 향해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던져주는 이른바 ‘푸쉬(push)’형 미디어가 있다면, 수신자인 미디어 수용자가 자신의 의지에 따라 메시지를 선택해 끌어 당겨서 섭취하는 이른바 ‘풀(pool)’형 미디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푸쉬형의 대표적인 유형은 방송입니다. 또 생방송을 그대로 인터넷으로 중계하는 ‘실시간 웹캐스팅’도 말하자면 푸쉬형입니다. ‘실시간’이 아니더라도, 네트워크의 유휴 시간을 이용해 이용자에게 대용량 콘텐츠를 밀어 넣는 것도 푸쉬형이라고 합니다. 미국의 아킴보(akimbo), 퀄컴의 미디어플로(MediaFLO) 같은 서비스에 이러한 푸쉬 기술이 사용됐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를 테면 인터넷을 쓰지 않은 밤 사이 영화를 여러 편 고객 PC의 하드디스크에 밀어 넣어 고객이 마치 DVD플레이어를 틀 듯 보고 싶은 영화를 즐길 수 있게 한다든지(아킴보), 휴대전화와 기지국간의 데이터 트래픽이 적은 시간대를 이용해 대용량 콘텐츠를 가입자의 휴대전화에 내려보내는(미디어플로) 식입니다. 어쨌든 푸쉬는 공급자의 의지가 크게 작용하는 공급자 중심의 미디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을 언제 누구에게 보낼 것인지는 공급자가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사용자는 콘텐츠의 통제권이 없습니다.
반면 풀 미디어는 철저히 소비자 중심입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끌어 당겨 봅니다. RSS리더기를 이용해 평소 들락거리는 인터넷사이트의 업데이트된 콘텐츠를 가져다 한 눈에 보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팟캐스팅(Podcasting)도 이런 ‘풀 기술(pull technology)’기술이 만들어낸 새로운 미디어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팟캐스팅은 애플의 MP3플레이어인 아이팟(iPod)과 브로드캐스팅(Broadcasting)을 조합한 말로, 블로거가 자신의 음성 등을 녹음해 파일을 블로그에 올려놓으면 다른 사람들이 이를 내려 받아 휴대용 기기에 저장해 들고 다니면서 듣는 것을 뜻합니다.
팟캐스팅 이전의 인터넷은 소비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찾아 여기 저기 웹사이트를 뒤지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팟캐스팅은 이 모든 과정을 생략한 채 한번에 원하는 라디오 채널의 오디오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게 해줍니다. 바로 RSS기술을 적용하기 때문입니다. 팟캐스팅은 오디오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문자, 사진, 영상 등으로 확산 추세입니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가 시시각각으로 업데이트되어 일목 요연하게 보여주는 콘텐츠 리스트를 훑으면서, 원하는 콘텐츠만 눈 앞으로 끌어 당겨 이용하는 개인 중심의 미디어 소비는 크게 늘어날 것입니다. 콘텐츠에 대한 확실한 통제권을 소비자가 쥐는 것으로, 바로 이 점이 ‘풀 미디어’의 혁명적인 특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언부언의 느낌이 있습니다만, 우리는 이제껏 ‘선형(linear)적 미디어’에 익숙해 있는 지 모릅니다. 한쪽에서 다른 한쪽으로 선을 그어 연결하듯, 미디어 콘텐츠의 생산-배포-소비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 선형적으로 정형화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정형화된 프로세스는 바뀌지 않습니다. 신문이 그렇고, 방송이 그렇습니다.
반면 ‘비선형(Nonlinear)적 미디어’는 미디어 콘텐츠의 생산-배포-소비의 일반적인 순서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를 테면 요즘 미국에서부터 확산되고 있는 비디오 블로그는 방송사와 시청자의 경계를 허물어 버렸습니다. 미디어 소비자는 곧 미디어 생산자입니다. 모든 시민은 기자라는 오마이뉴스의 슬로건처럼, 이제 모든 시민은 PD이자 앵커가 될 수도 있다는 게 비디오 블로거들의 주장일 것입니다. 누구나 손쉽게 동영상을 찍어 네티즌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엠군(www.mgoon.com)같은 동영상 사이트는 지금까지 피동적인 소비자로만 머물러 있었던 미디어 소비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독창성과 끼를 발휘할 수 있는 미디어 생산자의 지위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영상물의 ‘윈도 과정(window period)’이 완전히 달라질 가능성에서도 뉴미디어의 비선형성을 엿보게 됩니다. 지금까지는 영화가 나오면, 이어 비디오와 DVD가 만들어지고, 이후 인터넷 공간에서 VOD로 판매가 이뤄진 뒤, 지상파 케이블 위성의 TV로 방영되는 순서로 영상물이 유통되었습니다. 각 구간마다 영상물의 출시가 늦어지는 시간을 이른바 ‘홀드백’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런 홀드백은 짧아지고 있고, 윈도 단계도 변화되고 있습니다.
만일 디지털케이블TV가 널리 보급되어 주문형비디오(VOD) 소비가 크게 늘었다고 가정하면, 분명 영상물의 유통단계에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영상물을 제작하면, 우선적으로 VOD로 판매합니다. 그리고 나중에 TV로 방영합니다. TV용 콘텐츠를 만들어 놓고 이를 먼저 인터넷이나 휴대전화용으로 노출시켜 이익을 낸 뒤, 마지막에 TV용으로 내보내면서 광고를 붙이는 전략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다른 글에서도 적었습니다만, 미국의 일부 지상파방송과 케이블채널이 TV용 콘텐츠를 제작해 인터넷에 먼저 노출시키는 사례가 실제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원소스 멀티유스를 통해 제작물당 매출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얼마든지 콘텐츠의 새로운 판매방식을 생각할 수 있는 것입니다. 어쨌든 미디어 자체의 비선형성과 함께, 미디어 산업의 가치사슬도 비선형적 구조로 변해갈 것으로 예상합니다.

 

‘등을 기대고 이용하는 미디어(lean back media)’와 ‘몸을 앞으로 숙여서 이용하는 미디어(lean forward media)’는 미디어 단말기의 정체성과 관련해 중요한 기준이 아닐까 합니다. 등을 기대고 보는 미디어의 대표적인 유형은 TV이며, 앞으로 숙여 이용하는 미디어는 PC가 아닐까 합니다. 역시 등을 기대어 즐기는 미디어는 엔터테인먼트형이라고 할 수 있으며, 소비자의 참여도는 줄어들 것입니다. 반면 몸을 앞으로 숙이는 PC의 경우 사람들은 끊임없이 돌아다니고, 검색하고, 뒤지고, 쓰고, 업로드합니다. 이 경우 소비자들은 적극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lean back과 lean forward를 수용자의 태도와 관련해 ‘passive’와 ‘involved’로 연결지워 설명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미디어 사업자들은 대다수의 수동적 소비자(Massive Passives)와 함께 아직은 소수지만 점점 숫자가 늘어나고 있는 ‘기기 매료자(Gadgetiers)’와 ‘어린이(Kool Kids)’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합니다.(IBM의 ‘the end of television as we know it’이라는 보고서에서 인용했습니다.) 미디어간 융합의 거대한 트랜드 속에서 각 영역으로 관심사와 취향 등이 분화된 소비자들을 만족시켜야 하는 것이 이 시대 미디어 사업자들의 과제일 것입니다.

앞서 이렇게 저렇게 ‘이분법적’으로 미디어를 구분해 보았습니다만, 이런 식의 구분이 무조건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미디어 사업자 입장에서 볼 때 칼로 두부 자르듯 구분해 나는 이쪽, 당신은 저쪽 식으로 재단하기 보다는 양쪽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미디어의 형태를 지향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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