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결혼과 골프

천만불사나이 2020. 6. 8. 05:15

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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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2005. 4. 15.

결혼

남자들이 골프를 왜 하는가. 즐겁기 위해서이다.

골프장에 왜 가는가. 그린 위에 뚫린 작은 구멍에 공을 넣는 희열을 느끼려고 간다.

그렇다면, 골퍼는 오직 목표를 향해서 기쁜 마음으로 돌진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골퍼들은 한 눈을 팔면서 온갖 구멍을 다 기웃거린다. 잘못 들어갔음을 뜻하는 오입을 한다.

구멍마다 두루 섭렵하고 싶은 것이 골퍼의 심리인가보다.
하긴, 티잉 그라운드에서 페어웨이를 바라보면, 골퍼를 유혹하는 구멍들이 곳곳에 아가리를 벌리고 있다.

어떤 동화나 소설에서도 사랑은 역경을 치른 다음에 완성된다. 백 년 동안 잠자는 공주를 구하기 위하여 달려가는 왕자를 가시넝쿨이 막았고,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은 원수진 가문이 장벽을 쳤다.
침착하게 머리를 쓰고 슬기롭게 역경을 피해가야 하련만, 무모하게 정면 돌파를 하려든다.

정면을 돌파하는 공격의 스릴을 즐기는 것 같다.

쇠스랑으로 누군가가 지나간 자국을 겨우 지워놓은 모래구덩이는 물기라고는 전혀 없다.

풀 한포기 자라지 않는 황폐하고 삭막한 곳이다. 멀리서보면 좁은 듯해도 가까이 가서보면 넓다.

넓어서 들어가기는 쉬워도 나오기는 만만찮은 구멍이다.

들어가는 연습이 아니라 나오는 연습을 부단히 하지 않으면 쉽게 탈출하지 못한다. 푸석푸석한 밑바닥에 무기가 닿기라도 하면 영락없이 손재수가 난다. 실패도 도약을 위한 발판이라고 믿고 고통을 즐기는 것일까.

그런 모래구덩이 속에서 심리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웬만큼 손해를 입었으면 손을 털고 나와야 할 텐데,

왜 한없이 노를 젓고 있는지 모르겠다.

자장면 한 그릇 값인 공 하나를 투자하는 것쯤이야 장사꾼의 새우젓을 가득 실은 배에 비하면

헐하게 치는 것이라고 얍삽하게 머리를 굴리는 골퍼는 워터해저드도 들러본다.

분명 위험지역이라고 빨강말뚝으로 표시를 했는데도 금단의 열매를 탐하듯이 깊숙이 잠수를 한다.

아니 물구덩이에서 좀 놀다가더라도 기술만 좋으면 손해는 안 볼 뿐만 아니라 이익을 챙길 수도 있다고 믿는다.

프로 골퍼 박세리가 US오픈에서 호수 둔덕에 걸린 공을 양말을 벗고 발을 물에 담그고 채를 휘둘러서

우승을 한 이후로, 아마추어 골퍼들도 자신도 양말을 벗고 들어가든지 옷을 벗고 들어가든지

물 속에 가라앉은 공을 쳐내기만 하면, 점수도 만회를 하고, 멋진 추억거리도 만들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결혼을 앞둔 처녀가 내게 상담을 청해왔다. 결혼을 해야 할 지 말아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자기는 약혼자에게 실망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 남자와 결혼을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인생에 있어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겪은 내가 들어본 사연이란 주위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삽화일 뿐이었다. 약혼자가 약혼녀 몰래 친구들과 나이트클럽엘 갔고 부킹한 여자들과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지만, 놀았다는 것이다. 처녀는 약혼자에게 절교를 선언했다고 한다.

“싹싹 빌고 밀고 들어오겠구만….”
나는 인생의 섭리를 통달한 노인네처럼 말했다.
“지금 전화로 문자 메시지로 이메일로, 선물로, 빌고는 있어요.”
“용서를 해주면 안 될까?”
앙분하여 씩씩거리는 어린 처녀에게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용서해주면 또 그럴 것 같아요.”
“네 약혼자가 잠시 한눈을 판 거야. ‘놀이’를 한 것뿐이지.

남자들이란, 스릴이 있는 놀이뿐만 아니라 위험한 모험을 좋아하지.

들어보니, 네게 대한 사랑이 식은 것도 아니고, 너 아닌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있는 것도 아닌 것 같구나.

문제는 너에 대한 사랑이 식었을 때가 문제인 거지. 용서를 구할 때 받아줘라.”

“결혼해서 나중에 정말 바람 피면서 제 속 썩이면…, 그때 가서 책임지실래요?”
그녀는 내가 마치 놀아난 당사자인 것처럼 울면서 대들었다.
나는 젊은이들의 결혼에 대한 환상을 깨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러나 결혼의 본질에 대해서 바르게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혼이란 사랑이 초석이 되어서 이루어지는 계약이기는 하지만,

그 사랑이라는 것은 절대로 영원토록 머무는 것이 아니다.

결혼이란, 철옹성처럼 무너지지 않고 적어도 죽는 날까지는 지속될 것 같은 사랑도

세월 따라 물처럼 흘러가고, 애초에 맺었던 계약의 막중한 의무만 남는 것이다.

“난, 네가 연애와 결혼을 혼동하지 말기를 바란다.

연애가 주위의 사물은 사라지고 사랑하는 사람의 형상만 홀로그램처럼 둥둥 떠서

마음과 현실의 시야를 가리는 것이라면, 결혼 생활은 그 반대가 되어가는 과정이지.”

“정말 그렇다면…, 전 결혼 안하고 혼자 살래요.”
“완벽한 인간이란 없지. 완벽한 인간을 배우자로 맞으려면 자신 또한 완벽해야하겠지.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도, 인생의 험한 길을 걷다보면 그 정도의 해찰은 한단다.

자의이기도 하고 타의이기도 하고…, 인생 경력이 짧아서 시험에 들기도 하고….”
나는 그녀에게 어리석은 골퍼들의 험난한 ‘구멍 여행’에 관해서 들려줬다.

그리고 결혼을 앞둔 그녀에게 진심으로 충고했다.

“향심이 밑구녁에 새우젓 배 한 척을 가라앉힌 장사꾼은 후회막급일 것이다.

오비와 벙커와 워터해저드를 골고루 섭렵하고 온 골퍼 역시 회지무급일 것이다.

값비싼 수업료를 냈다고 땅을 치겠지. 네 남자 역시 깊이 반성하고 다시는 안 그러도록 노력할거야.”

나는 남성 골퍼에게 충고하고 싶다. 향심이 밑구녁도 물구덩이도 모래구덩이도 다 들어가지 말아야 할 구멍이므로, 후회할 짓 하지 말고 한 눈 팔지 말고 곧장 그린 위의 좁고 예쁜 구멍만 노리라고.

 

골퍼들은 한 눈을 팔면서 온갖 구멍을 다 기웃거린다.
잘못 들어갔음을 뜻하는 오입을 한다.

구멍마다 두루 섭렵하고 싶은 것이 골퍼의 심리인가보다

 

" 가져온 글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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