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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시중의 어느 영어 사설학원에서 주최한 초등학교 3-4학년 영어 스피치 본선대회에 참관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거기가서 제가 느낀 것.... 한마디로 "요즘 아이들 정말 영어 잘한다" 였습니다. 고사리 손으로 어리광 부릴 나이를 막
지났을 뿐인데, 스피킹-리스닝 능력이 제가 상상 하던 것 이상였으니까요.
'스토리텔링' 스피치대회 후, 오후에는 여흥을 겸해 참가 어린이들이 '영어 골든벨' 게임을 하기도 하였는데 다들
실력들이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골든벨 퀴즈 중간중간에 원어민 선생과의 '개별 인터뷰' 시간도 갖게 되는데, 그 코흘리게 아이들이 서로
인터뷰에 응하려고 엉덩이 들썩이며 '저요..저요..' 손드는 것을 보면서 참 세상 많이 달라졌음을 실감했지요.
한국에서 이대로 몇년쯤 지나면 '영어 잘하는 것이 더이상 자랑할 것도 못되고 못하는 사람만 바보취급 받는 세상이
오겠구나'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대회 진행 담당자로 참여한 한국인 선생님조차도 천연덕스럽게 '영어
때문에 우리가 아이들에게 너무 잔인한 것 같다' 라는 말을 하던데 공감이 가고도
남았습니다.
금년들어 일본의 신문들이 몇번 한국의 영어 스피킹 능력을 부러워하는 기사를 싣던 것을 본 일이
있습니다. 한국의 학교에서는 초등 3학년부터 영어를 가르키면서 온 나라에 '영어 열풍'이 불고, 그런 노력으로 한국의
영어사용 능력이 급격히 향상되어 아시아권 상위를 치고 올라가고 있으며 따라서 일본도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는 투의 내용였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맞습니다. 지금 한국에서는 가히 '영어 광풍' 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남녀노소가 온통 '영어'에 미쳐들 있는지도
모릅니다. 유치원부터 시작하여, 10-20대의 학생들은 물론이고, 30-40대의 직장인까지... 또
40-50대의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조기유학, 사설 영어학원 등등..사교육비 부담으로 영어 때문에 제정신이
아닙니다. 태어나서부터 50대까지는 이래저래 영어로 스트레스 받다가, 환갑이 넘어서야 겨우 해방될 수 있게 되는
거지요.
왜 영어를 공부해야 하고 영어 배워서 어디다 쓰려는지 따져 보기도 전에, 남들 하니까 나도 하게되고, 학교에서
좋은 성적 받으려다보니 하게되고, 취직시험이 그것을 요구하니 하게되고... 아무튼 한국 사회에서 낙오자가 되지 않으려면 영어를 끼고
살아야 한다는 '강박증'을 요구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 '학력과잉'이 사회문제화 될 조짐도 보이던데, 어쩌면
'영어과잉'은 '학력과잉' 못지않게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지 오래라고 봐요. 다만 관성으로 인한 문제의식이 부족했을 뿐이겠죠.
엊그제 로버트 김도 “청소년들이 국어,국사를 모른 채 영어 공부를 위해 외국으로 가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설파했듯이
우리모두가 '영어'에 무조건적으로 빠져들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모두들 영어 그렇게 열심히 배워도 나중에 유용하게 사용하는 사람만 사용하게
되지, 실생활에서 영어 한마디라도 할 기회를 갖는 사람들은 따로 정해져 있습니다. 가끔씩 해외여행할 때 조금 불편함을
덜으려고 지금처럼 모든이가 영어에 목멜 만큼 희생할 이유는 없겠지요.
저는 간혹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되요.
우리가 영어를 잘하게 됨으로해서 외국의 바이어나 수출전사로 뛰면서 국부(國富)에 도움이 될 기회 총비용과,
온국민이 영어교습비로 쏟아붓는 외화유출 총비용을 따져보면 그 손익비용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는 거죠. 옛날 우리가 후진국 였을때는
선진 기술과 문물을 받아들이기 위해 외국의 책을 읽어서 뭐라도 하나 배우려고 독해공부를 열심히 했고, 또 지금은 외국인과 대면
교류가 늘어나서 대화능력의 스피킹 공부에 열심입니다만, 곰곰히 따져보면 너나 할 것없이 영어에 미쳐갈 만큼 빠져들
이유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우엣든 인터넷 시대, 국제화 시대에 기본적인 영어 구사능력은 갖춰야 합니다. 하지만 모든이들이 '영어도사'가 될 이유는
없습니다. 지금과 같은 과잉적 '영어 열풍'에 전국민이 스트레스 받아야 한다면, 그것은 아무래도 정상은 아닐 것 같습니다.
모두들 영어 때문에 발생하는 그 엄청난 사교육비 부담, 국부의 낭비가 과연 '인풋' 대비 '아웃풋'으로 무슨 실익을
안겨줄 것인지 고민해보면서 '좌고우면' 해봐야 할 것입니다.
외국여행을 위한 길잡이 영어, 길거리에서 모르는 외국인이 길을 물어오면 도망치지 않고 가르쳐 줄 정도의 기초영어 실력
정도는 갖추되, 그 이상의 '술술영어'는 영어가 취미인 사람... 그리고 영어로 인생의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사람에게 선택적, 집중적으로 공부하도록 '영어 수요'가 정상화 되어야 합니다. 먼저 사회가 그런 환경과
여건을 만들어줘야 할 것이구요. '학력과잉' 못지않게 '영어과잉'도 이미 사회
문제화가 되어버렸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