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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불사나이 2006. 2. 21. 04:56
한국의 금메달 러시에 겸손해진 ‘오노’와 미국   2006/02/20 09:04 추천 0    스크랩 1

 

한국의 금메달 러시에 겸손해진 ‘오노’와 미국


이번 동계 올림픽의 가장 큰 스토리는 역시 한국과 ‘오노’의 관계인 것 같습니다. 아니 한국과 미국과의 관계라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미국은 지난 200년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때 '오노' 때문에 금메달을 하나 더 획득했지만 한국은 오노 때문에 금메달을 강탈당했고, 그 허탈감으로 한국인들로부터 “살인협박”까지 받는 일이 있어서 미국언론은 대대적 보도를 했고, 그 여파로 미국의 야밤 최고 인기 토크쇼인 ‘제이 레노’의 “투나잇쇼”까지 출연하여 미국인으로부터 굉장한 사랑을 받았던 사람이 바로 ‘오노’이기 때문입니다.


어제 토요일 NBC-TV는 계속 오노와 한국의 관계에 대한 방송을 내보냈습니다. 저는 그런 내용의 방송을 3번이나 보았습니다. 이런 때 가장 불편한 사람들은 교포들이지요. 이민 역사가 깊어지다 보니 미국시민권을 갖고 사는 사람들이 많지만 법적으로만 미국인이지 마음은 다들 “코리언”이지요. 당연히 한국 선수를 응원하고 ‘오노’를 비난합니다. 미국과 한국선수가 맞붙으면 절대 한국선수를 응원하지 미국선수를 응원하는 사람 없습니다. 바로 여기서 국적의 정체성에 대한 딜레머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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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USA Today, '아폴로 안톤 오노'가 4년전과 달리 많이 겸손해졌습니다.)

 

이런 이유로 한국인들은 미국인들과 함께 TV 시청하는 꺼려합니다. 한국선수가 미국선수를 제치고 나갈 때 자신도 모르게 한국선수에게 박수를 내보내고 환호성까지 나오기 때문입니다. 이게 미국인들의 심기를 건드리지요.


쇼트트랙 경기가 있기 전 NBC-TV는 2002년 ‘김동성’과 ‘오노’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상기시키면서 과연 이번 경기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에 대한 분석이 꽤 오랫동안 진행되었습니다. 혼자 TV를 보는 데도 제 마음 좀 불편해 지더군요. 스포츠 캐스터 '밥 코스타스'와 게스트 캐스터는 4년 전 김동성과 ‘오노’ 사이에 일어났던 해프닝을 말했고, 오노의 금메달 획득은 당연했다고 말하는데 기분 상하더군요.


뿐만 아니었습니다. ‘오노’가 4년 전의 영광으로 돈을 엄청 벌었는데도 불구하고 선수들 합숙훈련소에서 합숙훈련까지 하면서 맥도널드나 GE가 등등 기업이 제공하는 특별대우를 거부한 사례를 들먹였습니다. 그러면서 ‘오노’ 선수야말로 미국의 애국적 최고 빙상선수라 일컫는데 이 또한 내 기분을 더 상하게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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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C-TV, 그렇게 '오노'가 이기길 바랬건만...)

 

더 나아가 ‘오노’를 연관시킨 미국의 애국적 분위기를 조성한 가운데 제이 레노쇼 클립까지 내보냅니다. 스튜디오에 있는 관람객들은 환호성을 내보내고 제이 레노는 ‘오노’를 자랑스러운 미국인이라고 한참 추켜세웁니다.


다음 장면은 한국인들이 얼마나 ‘오노’를 증오하고 열 받았는지를 소개하면서 “살인협박”까지 하여 ‘오노’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는 8명의 보디가드가 따라다녔다는 내용까지 방송합니다. 내막을 잘 모르는 미국인들이 보면 분명 한국은 미국의 적이 되었고, 절대 한국에 지면 안 될 것이라는 마음을 미국인들로 하여금 다지게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가 달랐습니다. 안현수와 이호석 선수가 오노를 완전히 저치고 금과 은메달을 따는 순간 미국은 무릎 꿇었습니다. ‘오노’의 얼굴표정도 달라졌습니다. 그런데 그 달라진 모습은 4년 전과 달랐습니다. 확실히 겸손해진 모습이었고, 그 패배한 모습은 인터뷰를 통해 결과에 만족스럽게 승복한다는 예전엔 볼 수 없는 표정이 담겨졌었습니다. 분명 NBC-TV의 인터뷰를 들어보니 3위 동메달임에도 불구하고 ‘오노‘는 매우 만족해하면서 은은한 미소를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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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SA Today) 

 

이 인터뷰 중 재미있게 보였던 것은 스포츠 캐스터가 말을 돌려 더 좋은 기록을 낼 수 있었을 터인데 한국선수를 때문에 무슨 문제가 없었나 하는 식으로 약간 유도성 있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런데도 오노는 계속 결과에 만족해한다고 합니다. 아니 한국선수의 실력이 뛰어나다고 칭찬합니다.


‘오노’ 말하는 이 말 수천만 미국인들이 TV를 통해 보았습니다. 나는 그 순간 4년 전 김동성 선수 금메달을 앗아간 그 불미한 사건에 대한 앙금이 가라앉더군요. ‘오노’의 한국선수의 실력을 인정해주는 깨끗한 승복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NBC-TV는 새벽까지 계속 동계올림픽에 대한 방송을 내보냈습니다. 새벽 4시경까지 보고 또 보고 했지요. 그러다 잠시 잠자고 일어나 아침에 일요일판 LA Times를 읽었습니다. 당연히 스포츠 섹션을 먼저 읽었습니다. 일면 하단에 다음과 같은 제목으로 한국에 대한 말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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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 Times, 2006년2월19일, 일요일)


“Now Korea Can Say, Oh Yes"

(한국, 이젠 “좋았어!”라고 말할 수 있다)


기자의 첫 말은 이렇게 엽니다.


”Revenge, of course, is a dish best served on ice."

(빙판에서의 최고 선물은 물론 “복수” 그것이지.)


New York Times 인터넷 기사도 읽어보고 USA Today 기사도 읽어보니 다 똑같이 한국인들이 기분 좋아할 수 있는 기사를 올렸더군요. 한국의 실력이 완전히 압도적이라는 기사에 ‘오노’ 역시 신사적 스포츠맨십을 을 보여줬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이 단순한 인사성이 아닌 정말 한국선수들의 실력이 높다고 평가하고 오노 자신도 자신이 낸 결과에 대하여 만족해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제 분수를 알았다는 내용이라고 볼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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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노'는 비록 3등의 동메달을 땄지만 승리한 기분이라고 말하여 3등에 매우 만족해 합니다.)


미국방송과 신문은 이렇게 기사를 띄웠는데 일부 한국의 인터넷 신문을 보니 ‘오노’를 4년 전의 그 좋지 않은 모습을 상기시키는 내용으로 보도한 게 나오더군요. 난 분명히 말합니다. 앞으로 어떨지 모르지만, 실제 이전 경기 후의 ‘오노’의 모습은 분명히 겸손해졌고 한국선수들이 낸 성적에 진실로 찬사를 보내줬다고 말합니다.


미국 신문과 방송도 이런 단언을 내렸습니다. 적어도 내가 본 NBC-TV, New York Times,  LA Times, USA Today는 한국 선수들에 대한 평을 매우 긍정적으로 보내주며 “쇼트트랙”에 있어서는 한국이 세계를 제패했다고 분명히 못 박았습니다. 덧붙여 토요일은 “한국의 날”이라고 말했습니다.


재밌는 일은 NBC-TV가 경기 임하기 전 월드컵 떼 안정환 선수가 환상의 헤딩으로 골포스트 내에 골을 골인시켜 이태리를 꺾고 김동성의 스케이트 타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을 내보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은 지금 미국의 미식축구에 있어서 “수퍼볼”이나 야구에 있어서 “월드시리즈”에 버금가는 열기와 관심으로 오노 선수와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때문에 한국은 절대적으로 ‘오노’ 선수를 꺾어야 한다고 믿는데 과연 그렇게 될 수 있는지 한번 시켜보자며 ‘오노’가 이길 것 같은 운을 띄우며 경기 관전에 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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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가 한국의 완승으로 나오니 그 순간부터 NBC-TV 스포츠 캐스터들의 말이 180도 달라졌지요. 갑자기 한국선수들에 대한 칭찬이 쏟아집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평을 말합니다.


“Koreans are too tough to beat!"

(한국 선수들을 이기기엔 너무 힘듭니다!)


이 말, 4년 전 김동성 선수 금메달 강탈에 대한 통쾌한 복수로 들리고 ‘오노’와 미국이 겸손해졌다는 말로 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