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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홍섭 산업부 차장대우 | |
이스라엘을 가보면
‘Don’t worry America, Israel is behind you’(미국이여 걱정 마라, 이스라엘이 뒤에서 지켜주고 있다)라는 글자가
적힌 티셔츠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오늘날 미국사회를 움직이는 유대인 파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유머로 봐야 한다.
국내에서도 “노벨상의 30%를 휩쓴 유대인이 미국의 금융계와 언론계와 학계를 장악했고 이제 정계까지 노린다”는 얘기는 상식이 되었다.
최근에는 미국 내 지역사회에 대한 유대인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유대인이 많은 뉴욕에서야 말할 것도 없고, 코트라에 따르면 지난해 LA시
교육구청 소속 공립학교들이 국경일인 10월 10일 ‘콜럼버스 기념일’에는 정상수업을 하고, 대신 유대교 기념일인 12일 ‘욤
키푸르’(대속죄일)에는 휴무를 했다. 다민족이 모여 사는 LA에서 인구의 5.9%밖에 되지 않는 유대인을 위해 이례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다.
유대인들이 사회봉사에 적극 참여하고 지역사회에 많은 기부금을 쾌척했기에 항의도 무산됐다고 한다.
유대인 파워가 날로 커진다는 것은 우리 입장에서 볼 때 그들과 미리미리 네트워크를 형성해 두어야 할 필요성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한국인 중에 유대인 인맥은 거의 없다. 그마저 이스라엘에 유학한 소수의 신학자들뿐이고, 한국의 명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정치·비즈니스 분야에 인맥을 갖고 있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1997년 말 외환위기 당시 외채지급 연기 협상을 위해 미국으로 급파된 한국 대표단은 여기저기 채널을 가동하다가 결국 주(駐)이스라엘
한국대사에게 “미국 금융기관과 잘 통하는 유대인 인맥을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급히 했다고 한다. 당시 IMF에서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던 스탠리
피셔 부총재도 사실은 유대인. 그는 작년 5월 이스라엘 중앙은행장이 됐다. 최근 우리나라 비즈니스맨들을 만난 그는 “한국의 외환위기 탈출을
도와준 데 자부심을 갖고 있다”면서 “한국도 미국 내 유대인 네트워크를 쌓아 두라”는 조언을 했다고 한다.
동구 일부 국가들은 미국 공관에 ‘유대인 담당’(Jewish Desk)을 운영하면서 자국과 미국 내 유대인 커뮤니티와의 관계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한국도 미국 내 여러 공관 중 한 곳에 이런 역할을 맡겨볼 만하다.
최근 국제유가 급등에 힘입어 중동(中東) 아랍국의 오일머니가 한국 주식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작년 11월부터 올 1월까지 국내
코스피(KOSPI) 시장에서 사우디 국적 자금이 전체 외국인 순매수액의 절반 정도인 3706억원어치를 차지했다. 한국 건설업체들은 중동
아랍국가의 광대한 시장을 다시 파고들고 있다. 우리 입장에선 이슬람권과 아랍권의 황금시장을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지혜로운 전략가라면 결정적 시기에 우리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유대인 인맥과의 균형 잡힌 네트워크 형성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은 70년대 석유위기 때문에 이스라엘을 버리고 아랍을 선택했다가, 이후 ‘박동선 게이트’ 등 이래저래 골치 아픈 일을 겪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국제적 분쟁지대인 이스라엘과 아랍권, 어느 한쪽에 편애를 보낼 필요는 없다. 원론적인 얘기지만, 양측을 모두 균형있게 활용하고
대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