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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매너

천만불사나이 2006. 6. 8. 08:24
두바이 오찬장에서 생긴 일

▲ 최홍섭 산업부 차장대우
지난달 노무현 대통령은 두바이를 방문하여 두바이 상공회의소 초청 오찬에서 이런 말로 연설을 시작했다.

“비행기를 타고 내려오면서 끝없는 사막을 보며 신(神)의 축복이 비켜간 자리가 아닌가 생각했다. 그러나 몇 시간 지나서 저의 짐작이 틀렸음을 확인했다. 신은 이 나라에 석유를 주셨고…”

대통령은 좋은 의도를 가지고 특유의 극적인 표현으로 두바이에 덕담(德談)을 하려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일부 한국인 주재원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슬람 국가에서 ‘신’이란 ‘알라’를 가리키는 것으로 매우 조심스러운 단어” “특히 ‘신의 축복이 비켜간’이란 표현은 오해의 소지가 크다”고 걱정했다. 어느 현지 기업인도 “알라를 함부로 언급하면 안 된다”면서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


 

현장에서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정말 국제 비즈니스 매너를 제대로 지키기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제 비즈니스 매너는 평소 상대방이 싫어하는 점을 고려하는 습관이 있어야 자연스레 지킬 수 있다. 가령 양식당에 김치와 고추장, 소주를 가져가 큰 소리로 “건배” 하면서 마시면 세계 어디서든 환영받지 못한다. 나라별로 지켜야 할 점도 있다. 가령 돼지고기를 금하는 이슬람 국가인 터키 비즈니스맨을 한국식당에 초대하여 돼지고기를 권하거나, 인도인에게 “무슨 카스트에 속하느냐”고 묻는 일은 피해야 한다.


 

국제 매너는 그 자체를 지키는 일도 의미가 있지만 자칫 ‘큰 건’을 놓치거나 일을 망치기도 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삼성·LG 등 글로벌 대기업 사람들은 잘하려니 하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하물며 중견, 중소기업들이야.

 

요즘은 외국인 바이어와 상담(商談)을 하다가 잘 안 된다고 갑자기 한국말로 욕하는 사례가 많다고 KOTRA에서는 걱정이다. 외국인이 모를까? 그렇지 않다. 몸짓과 표정으로 금방 눈치를 챈다. 어떤 중견업체는 바이어와 상담하다가 돈 다발을 흔들면서 결제조건을 협의한 적이 있는데, 이 바이어가 “인격 모욕”이라며 우리 무역관에 강력 항의하기도 했다.

 

용어 구분도 잘해야 한다. 스페인어로 ‘시(Si)’는 ‘예스’지만 반드시 ‘승낙’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현지인과 상담할 때 ‘시’는 검토해 보겠다는 뜻이지 꼭 계약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처음 아르헨티나에 나간 어느 업체는 이 말에 ‘거래가 잘 진행되고 있다’고 착각하다가, 낭패를 당하기도 했다.

 

외모나 복장으로 판단해서도 안 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더운 날씨 탓에 공식 행사라도 전통적인 바틱(Batik) 셔츠를 많이 착용한다. 대체로 체격이 왜소하고 피부는 햇빛에 그을려 정장을 안 하면 다소 초라하게 보일 수도 있다. 어떤 출장객은 그런 겉모습만 보고 박대를 했다가, 이 바이어가 운전기사를 두고 벤츠 S600을 타고 떠나는 모습을 보고 붙잡으려 했지만 늦었다고 한다.

 

국제 비즈니스 매너란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연습을 해야 길러진다. 단순히 자신의 의도만 좋았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다.

한국과 가나의 월드컵 평가전에서 가나의 국가(國歌)가 연주되는데도 우리 응원단이 “대~한민국”이라고 계속 요란하게 응원했다가 비난을 받았다. 국제 매너에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해프닝이다.

 

최홍섭 · 산업부 차장대우 hscho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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