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폴리머스

천만불사나이 2020. 9. 5. 05:03

미국 동북부 메스츄세츠 주에 위치한 플리머쓰(Plymouth)

                                            보스톤 시내에서 한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다

 

11월,  뉴잉글랜드의 가을 축제가 거의 끝나가고 있다

10월 한달내내 색체의  향연을 벌리던 나뭇잎들이 기운을 잃었다

성미 급한 나무들은 벌써 옷을 홀딱 벗어버렸고 앙상한 가지들이 나신을 드러내고 있다

청소차들이 거센 바람을 내뿜으며 거리마다 수북수북 쌓인 낙엽들을 쉴새없이 빨아들인다

근래에는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설쳐댄다는 핼로윈 데이도 지나가고

집집마다 현관 앞에 놓아두었던 붉은 호박(잭크의 호롱)과 해골 모조품들도 사라져 버렸다

황량한 겨울이 다가서고 있다는 예고다

 

11월 24일부터 미국 최고의 명절이랄 수 있는 Thanksgiving 휴가가 시작된다

먼 곳에 떨어져 살던 가족들이 다시 만나 칠면조를 준비하고 추수감사절 축제를 벌리는 날이다

각 백화점들은 추수감사절 Sale 준비로 한창이고

사람들은 추수감사절부터 주말까지 부모님이 계신 고향으로

또는 다른 특별한 곳으로 여행떠날 준비로 부산하다

 

나는 며칠 전  11월 어느 날,  미국 추수감사절이 최초로 시작되었다는 플리머쓰항에

초겨울같은 차거운 바람을 맞으며 서있었다

하늘은 푸르고 바다는 더 진한 푸른 빛이었다

목 밑에 보라빛, 연두빛 털이 난 비둘기들이 뱃전에 모여 있었다

살이 통통하게 올라 깃털에서 반지르르 윤이 흘렀다

그 옆에서 갈매기들이 이유없이 꽉꽉대며 목청을 뽑고 있다

 

1620년 9월 16일,  메이 플라워(Mayflower)호가 영국 플리머쓰항을 떠났다

이들은 대서양을 항해한지 66일만에 미국 대륙의 아름모를 해변에 당도했다

원래는 버지니아가 목적지였으나 풍랑때문에 그곳에 입항하지 못하고 다시 북상하여

지금의 케이프 코드(Cape Cod)의 프로빈스 타운(Provincetown)에 도착했다가 플리머쓰로 올라온 것이었다

 

배에는 어른과 아이들을 합해 모두 149명이 타고 있었다

선원이 49명, 필그림(Philgrim)이 40명, 그리고 나머지는 단순한 이주민들이었다

필그림들은 영국 국교의 부패와 권위주의적 조직에 반대를 하면서

영국 국교와의 분리를 주장한 분리주의자들이었다

 

이들이 385년 전 이곳에 도착한 날도 오늘처럼 11월의 어느 날이었을 것이다

그날도 오늘과 비슷한 날씨였을까?

 

 

                                          1957년 영국에서 건조해온 메이플라워 2호

 

나는 플리머쓰항 앞바다에 떠있는 메이플라워호를 바라보며 그때 그 순간을 그려보고 있었다 

 "메이플라워호 갑판에 나온 사람들은 육지를 바라보며 안도와 기쁨의 탄성을 지른다

허리케인 씨즌의 망망대해에서 풍랑과 배멀미와 싸웠기에 지칠대로 지친 모습들이다

제대로 씻지도 못했기에 머리와 옷차림새도 엉망이다

그러나 그들은 도착의 기쁨으로 생기를 되찾고 몇몇은 육지로 뛰어내려 함성을 질러댄다

성도들은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린다

그리고 그들은 경이에 찬 시선으로 사방을 둘러본다"

 

 

                            관광객들로 가득 메운 메이플라워 2호 선상

 

나 역시 내륙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직 퇴색되지 않은 단풍나무 사이로 건물들이 늘어서있다

그때는 울창한 숲이었을 것이다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와서 이곳의 두번째 지사를 지냈던 윌리암 베드포드(William Bedford)는

이곳을 무섭고 황량한 광야로 기록하고 있다

그 당시로는 문명국이었던 영국의 도시와 비교하면 자연 그대로의 땅은 미개지로 보였을 것이다

 

해변가까이에서 메이플라워 2호의 돛이 펄럭이고 있었다

복제품이긴 하지만 고증을 거친 것이라고 한다

배 안에는 당시의 선원과 승객 복장을 한 배우들이 구석구석 서서 관광객들의 질문에 응했다

당시의 영국 방언이어서 알아 듣기가 힘들었다

배안은 어떻게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두달간이나 항해를 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길 정도로

좁은 공간이었고  돼지새끼와 개 등 가축들까지 싣고 왔다니

당시 그들이 겪었을 불편과 고생의 정도를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Plymouth Rock가 모셔져있는 흡사 그리스 신전같은 건물

 

배에서 가까운 곳에 1620이라고 선명하게 새겨진 Plymouth Rock가 놓여진 건물이 보였다

1620년에 필그림들이 항구에 닿자마자 첫 발을 디뎠다는 돌로 그 주변을 성역처럼 만들어 놓았다

메이플라워호를 타고온 필그림들이 처음 밟은 돌은

미국 건국의 발판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기념으로 조금씩 몰래 잘라가는 바람에 지금은 좀 작아졌다고 한다 

 

 

                                                  Plymouth Rock,  중간에 잘려진 부분을 붙인 것이 보인다

 

나는 다시 3마일 남쪽으로 Plymouth Plantation을 찾아갔다

1967년경,  플리머쓰항에 도착한 첫 이주민들이 거처하던 해변가 집과

종교행사와 주민회의를 열던 건물 등을 재현해놓은 농장 마을이었다

 

 

                                             Plymouth Plantation 입구에 서있는 뮤지엄 건물 모습

                                             뮤지엄을 관람한 후 농장으로 연결된다

 

 

 

                                                      17세기, 해변가 마을로 들어가기 전에

                                                      서있는 팻말 

 

이곳 집들은 전부 원룸 씨스텀으로 부엌, 침실, 식당이  한 공간에 붙어있었다

바닥은 해변가의 모래가 깔린 그대로 살았다고 한다

뒷마당에는 채소밭과 가축 우리가 있고 바닷 바람을 막기 위해 자갈로 둔덕을 만들어 놓았다

거친 바닷바람과 추위에 그들의 생활이 얼마나 열악했던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마을 정경,  눈부시게 푸른 바다가 보인다

 

 

 

 

 

 

                                 채소를 가꾸던 밭떼기

                                 당시는 Vegetable이라고 하지 않았고  Kitchen herb라고 했다고 한다

 

이곳에서도 전문배우들이 연기를 능청맞게 잘했다

집집마다 당시 분장을 한 사람들이 한두명씩 앉아 실제 그 집의  옛주인이었던 사람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전부 영국 방언으로 말했다

딩시 이곳에 도착한 영국인들이 17개의 방언을 사용했다고 한다

 

 

                                             가축의 내장으로 쏘세이지를 만들고 있는 여인

 

 

                                              못이나 간단한 연장을 만들던 대장장이

 

                                             아이들의 질문에 열심히 답하고 있는 여인

 

한 집에 들어서자 당시 복장을 한 여인이 수다를 떨고 있었다

"What did you do for fun?"

안경을 쓴 국민학교 남자아이가 물었다..

말하자면 뭣하고 놀았느냐는 질문이었다

"Fun? 나는 그런 말은 몰라,  그게 무슨 의미지?"

그 당시 영국에서는 그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나 보았다

그녀는 생소한 말이라는 듯 머리를 갸우뚱거린다

그녀 역시 심한 영국 방언을 사용하고 있었다
"아   Entertainment 말이예요" 

아이가 이렇게 묻자 그녀는 그제서야 이해가 되었다는 듯이 웃는다
"응,  노래도 부르고 이야기도 하고 놀았지"

"축구도 했어요?"  아이가 되물으니까 그녀는 깜짝 놀라며 무서운 표정을 짓는다

"그건 무뢰한이나 하는 것이지,  차고 때리고 하는 것은 결국 죽이는 것과 다를 것 없잖니?"

관광객들이 웃음 터뜨린다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온 승객 중 반 수가 그 해 겨울에 사망했다고 한다

괴혈병과 전신쇠약증이었다

그들이 숲을 이용하지않고 폭풍우가 몰아치는 해변 가까이에 머물렀기에

그만큼 어려움이 컷을 것으로 여겨졌다

 

이듬해 필그림들은 인디안들의 도움을 받는다

인디안은 유럽인들이 미대륙에서 붙여준 명칭이고

이곳 플리머쓰 지역에 원래 거주하던 종족명은 Wampanoag,,    Pequots,   Nauset 족이었다

이들은 백인들에게 옥수수,  콩,  호박,  베리를 경작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인디안들이 아니었더라면 아마 잔존자들까지도 다 사망했을 지도 모른다

b

                                                1621년 Wampanoag추장 Massasoit와 60여명의 인디안들이 이곳

                                                 정착민 촌을 방문한 것을 배우들이 재현한 모습

 

이렇게 어렵게 시작된 미국이었지만 불과 400년도 안되어 세계 최고의 문명국이 되었다

그 저력은 바로 American Dream에 있었던 것으로 간주된다

필그림들은 스페인인이나 포르투갈인들처럼 황금을 찾으러 미지의 나라로 건너온 것이 아니었다

종교적, 정치적 자유를 찾아 위험에 도전했던 것이다

그리고 과거보다 좀 더 잘 살겠다는 소망을 가지고 바다를 건넜다

 

그 당시는 항해술이나 메스콤이 오늘날처럼 발달되지 않았던 시대였다

엉성한 나무 배를 타고 생면부지의 땅으로 출발하겠다는 결단은 비범한 용기였다

그들은 보다 나은 평안, 안정,  자유,  물질적인 풍요를 얻고자했고 새로운 지평을 열기를 원했다

그리고 그들은 이 꿈을 성취하기 위해서 황야를 정복하고 처녀지를 개간하였다

철저한 노력과 신앙으로 절대빈곤에서 부를 창출한 것이었다

플리머쓰 식민지는 어메리칸 드림의 첫 단계 성취였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꿈이 계속 후손들에게 전수되어 그 꿈들이 하나하나 실현되면서

오늘의 미국이 되었으리라 믿는다

 

                                                                               추수감사절의 희생제물이 되는 칠면조

 

미정착민 이외에도 그곳에 거주했다는 인디안 호바먹(Hobbamock)의 집터를 돌아보고

(미 정착민들의 안내와 통역을 맡았던 인디안 추장의 고문이었다고 함)

플랜테이션을 나와 다운타운으로 나오니

거리에는 곧 다가올 추수감사절 선전 플래카드들이 요란하게 걸려있었다

"Thanksgiving Gala, 11월 24일,  식민지 시대의 집에서 열리는 추수감사절 축제를 즐기러 오십시요

그 당시의 요리가 준비될 것입니다"

 

1621년 가을.

필그림들은 인디안들의 도움으로 작물을 추수하게 되어 하나님께 첫 추수감사를 드렸다

인디안들도 초대되어 인디안 추장이었던 Masassoit가 90명의 남자 인디안들과 함께

다섯마리의 사슴을 잡아왔고 잔치는 3일동안이나 계속되었다

이것이 미국 추수감사절의 시작이 된 것이었다

 

사실은 어떤 종교적 의미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단순히 첫 추수를 축하하고

오락과 휴식을 취하고자 계획된 것이었다고 한다

이 후 추수감사절은 미국인들의 큰 명절이 되어 케이프 코드에서 주로 자라는

크랜베리(Cranberry)로 만든 쏘스와 칠면조(Turkey),  그리고 호박파이를 곁들여

멀리 있던 가족들이 다 함께 모여 이 날을 축하하는 것이다

 

미국에 사는 한국인 가정이나 한인 교회에서도 항상 이 날이 되면

미국인들의 요리인 호박파이와 칠면조 요리를 만들어 미국인의 방식대로 축하를 벌린다

서로 다른 인종들이 이런 방식으로 서로 동화되는 모양이긴 하지만

호박파이와 칠면조 고기와 크랜베리쏘스는 우리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이들의 추수감사절에 해당하는 우리의 추석 명절의 음식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들의 음식에 비하면 우리 고유의 음식은 정말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오천년 역사와 400여년의 역사의 차이일까?

참깨,  콩,  팥 등등 갖가지 속을 넣고 정성드려 빚은 송편에서 풍기는 향긋한 솔잎냄새.....

 

나는 불현듯 떠나온지 얼마 되지않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에 사로잡혀

추수감사절이 시작된 어메리컨 드림의 시발지,  플리머쓰항을 벗어나고 있었다.

 

 

그런데 11월 17일, 플리머쓰항에서 2.5 도의 지진이 일어났다는 뉴스가 있었다

동부에는 허리케인의 위험이 있지만 지진은 드문 편인데...

그리고 보스톤 글로브지에서는 Plymoth Rock의 일부 돌조각이

eBay에 경매품으로 등장했다는 뉴스가 실렸다

진품이라지만 알 수 없는 일이다

 

이래저래 추수감사절이 가까워오니

추수 감사절이 시작된 플리머쓰가 통채로 흔들리질 않나

돌조각까지 때맞춰서 경매 상품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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