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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불사나이 2005. 9. 8. 10:04
아이를 중학교에 보낸 날   2005/09/07 16:58 추천 1    스크랩 0

아이가 오늘 중학교에 처음으로 등교했다. 밤을 새워 이럭저럭 마감을 하고 나니 새벽 6시. 침대로 가다가 내친 김에 아이가 학교를 가는 것을 보려 40분을 더 기다렸다. 아이는 6시 20분에 일어나 빵 몇조각을 먹고 6시 45분에 앞집의 미국 아이와 함께 집앞에서 스쿨버스를 탔다. 스쿨버스는 1분도 틀리지 않고 정확히 집 앞을 지나갔다.

 

새 학교에 아이를 보낸 첫날 모든 부모들이 그럴 것이듯이, 하루종일 아이 생각이 머리 한구석을 떠나지 않았다. 

 

 

낯선 교실에 앉아, 완전히 낯선 아이들과 만나 뭘 하고 있는지, 선생님의 말은 제대로 알아듣는지 걱정이었다. 5년전 보스턴에 연수갔을 때는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이었는데, ABC 알파벳만 급하게 가르쳐 교실에 넣어놓고 안절부절했다. 안타까운 마음에 여러번 교실창문 곁에 서서 몰래 아이가 무엇을 하나 지켜보기도 했다.

 

영어를 전혀 배우지 않았던 아이가 선생의 말을 알아들었을리는 만무한 일. 그래도 한국에서 3학년 수학을 하다가 온 아이는 수학시간에 '천재'로 통해 자신감을 가졌고, 용케도 1년을 씩씩하게 버텼다. 4년만에 특파원으로 와 6학년에 입학한 아이는 놀랍게도 영어가 쑥쑥 늘어나 이젠 두툼한 영어소설책을 며칠만에 뚝딱 해치우고 있다. 가끔씩 잠을 자라고 재촉하러 방에 올라가면, 얼굴이 벌개지도록 책에 집중해 있는 아이를 보곤한다. 아이가 책읽기를 좋아하게 된 것은 책읽기를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책에 흥미를 갖도록 끊임없이 이끌어가는  미국 교육시스템과 성실한 선생님들, 그리고 본인의 기특한 노력 덕분이다. 

 

저녁 9시쯤 사무실에서 돌아와 2층에 올라갔더니 아이는 침대에 엎드려 며칠전에 산 500페이지짜리 책을 붇잡고 있었다. "학교수업 어떻드냐"는 물음에 "좋데" 한마디.  솜털이긴하지만 벌써 코밑에 수염이 나기 시작하는 아이는 점점 무뚝해 지고 생각이 많아지고 있다.

09/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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