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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른 출연자들은 쉴 새 없이 ‘재잘’댄다. 대개 남자들로 구성된다. 그들의 자리는 그녀보다 한 단계 아래 위치한다. 그들은 서로를 ‘대감’이라 부르면서, ‘얼음공주’란 별명을 가진 그녀를 웃기려고 노력한다. 스스로 ‘망가지는’ 일도 괘념치 않는다. 그러나 그녀로부터 듣는 것은 결국 핀잔일 때가 많다.
‘올드 앤 뉴’란 이름의 퀴즈 게임이 시작되면, 얼음공주와 대감들의 상하 관계는 더욱 극명해진다. 대감들은 공주에게 조용히 다가가 정답을 소근거린다. 그러나 틀리기 일쑤다. 그럴 때마다 그들은 그녀에게 얻어 맞아야 한다. 정답을 말하면 대신 그녀에게 칭찬을 듣는다. 상까지 받는다. 그녀는 무서운 판정관이다.
아나운서 노현정이 진행하는 KBS 2TV ‘상상플러스’ 얘기다. 사시와 행시, 심지어 사관학교 졸업 성적까지 여성들이 수석을 차지하는 오늘 대한민국의 세태를 반영한 것일까? ‘상상플러스’는 여성이 남성 위에 군림하는 게임의 매커니즘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이를테면 ‘여성상위 프로그램’이다.
‘상상플러스’는 지난 주까지 7주 연속, 비 드라마 부문 시청률 톱 프로그램(TNS 미디어 코리아 조사)을 기록했다. 물론 탁재훈 이휘재 등 4명의 고정 출연자와 수시로 바뀌는 2명 대감들의 ‘개인기’도 흡인 요인이다. 그래서 20% 중반대의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면서, 드라마를 포함시켜도 전체 3위권에 든다.
그런데 노현정은 프로그램에서 연예인 출연자들과의 놀이판에 끼어드는 광대의 연기는 않는다. 고고하게 앉아 그들을 통제한다. 이런 역발상이 인기를 띄운 비결인지 모른다. 그러나 여기서 한가지 질문을 던지게 된다. 과연 노현정이 아닌 다른 여성 아나운서였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혹시라도 여성상위란 포맷 때문에 노현정이 덩달아 뜬 것은 아닐까?
‘노현정 신드롬’ 때문일까? 방송가에서 여성 아나운서의 ‘전략상품화’는 더욱 촉발되고 있다. 여성 아나운서들은 이미 연예인 못지 않는 지위를 마련했다. 인터넷 검색어 순위에서 여자 아나운서들 뉴스는 빠지지 않는다. MBC SBS가 미스코리아 출신의 아나운서를 주요 뉴스 앵커석에 최근 앉힌 것만 봐도 짐작할 만하다.
연예오락 프로그램은 그렇다 치자. 이처럼 공영방송 프라임타임 뉴스에서조차 전문인으로서 훈련을 잘 받은 여성 저널리스트를 배제시킴으로써, 앵커의 가치 자체가 훼손되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진정한 여성상위 시대가 구현되려면 공영방송 메인뉴스의 진행을 여성 저널리스트가 실력으로 꿰어 차는 때가 빨리 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실 정치를 포함해 기업-관계 등에서 여성 파워는 날로 커지고 있다. 너무나 당연하고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방송에서처럼 ‘연출된’ 자리에 여성을 ‘한계적’ 역할로 국한시킨다면 그 역기능 역시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박근혜 강금실 한명숙 같은 여성 정치인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그들이 이룬 업적이나 실행력보다, 여성으로서 가진 이미지를 혹시라도 정치권에서 잠시 ‘활용’하려 든다면 이는 한국의 여권 신장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닐 것이다.
딸 가진 아빠로서, 여성들이 여성다움(the Woman)이 아닌 인간(Man)으로서 성취를 할 수 있는 대한민국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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